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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슈

5년 매달린 ‘평화 프로세스’ 파탄… 文 이제야 “北 강력 규탄”
등록일 2022-03-25 글쓴이 관리자 조회 502

[北 5년만에 ICBM 도발] 레드라인 넘은 北… 한반도 격랑 속으로






북한이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것은 명백한 모라토리엄(핵실험과 ICBM 발사 유예) 파기인 동시에 문재인 정부가 집권 5년 내내 공들여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파산을 의미한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모라토리엄 준수를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로 해석하며 미국에 대북 대화 재개와 제재 완화를 촉구하는 근거로 삼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희망과는 달리 북한은 표면적으로 모라토리엄을 지키는 척하면서 훨씬 강력한 ICBM을 만든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이 북핵 고도화의 시간만 벌어준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 도발에 대해 ‘강력 규탄’ 입장을 냈다.

북한의 모라토리엄 선언은 2018년 4월 20일에 나왔다. 당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대대적 평화 공세를 펴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핵실험 및 ICBM 발사 중단 방침을 선제적으로 밝힌 것이다. 한국(4월 27일)·미국(6월 12일)과의 연쇄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이었다. 모라토리엄 공약은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후에도 깨지지 않아 미·북, 남북 관계의 파탄을 막는 ‘최후의 안전판’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김정은은 지난 1월 20일 당 정치국 회의를 열어 모라토리엄 파기 가능성을 시사했고, 약 석 달 만에 이를 행동에 옮겼다.

도보다리 위 평화는 허상이었다 - 24일 북한이 4년 4개월 만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면서 북한이 2018년 선언한 모라토리엄 공약이 파기됐다. 사진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보다리 위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도보다리 위 평화는 허상이었다 - 24일 북한이 4년 4개월 만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면서 북한이 2018년 선언한 모라토리엄 공약이 파기됐다. 사진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보다리 위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이 국제 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레드라인’을 넘은 것은 내달 15일 김일성의 110번째 생일(태양절)을 앞두고 체제 결속을 다지는 한편 남한의 정권 교체기에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해 1월 당 8차 대회에서 고체연료·다탄두 ICBM, 정찰 위성 등을 5대 핵심 전략 무기로 제시했다. 국정원 1차장 출신인 남주홍 경기대 석좌교수는 통화에서 “신형 ICBM 발사는 군사적 목적과 함께 김일성 생일 110주년 ‘축포’ 등 체제 결속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다용도 카드”라며 “자신들이 정한 시간표에 따른 ‘마이 웨이’ 식 무력 시위로 보인다”고 했다. 전직 통일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과의 대결 국면을 조성해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인민의 불만을 외부로 전가하려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와 함께 정권 교체기에 새로 들어설 ‘윤석열 정부’를 길들이고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심이 쏠려있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의도로도 풀이된다. 외교가에선 지난해 2월 출범한 바이든 정부가 대북 문제와 관련된 별다른 로드맵을 내놓지 않으면서 “북핵 순위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얘기가 꾸준하게 나왔다. 외교 소식통은 “대외 정세와 오는 5월 윤 당선인의 취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정치·군사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에 발사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5월을 전후로 핵실험과 ICBM 발사를 포함해 모두 11차례 미사일 도발을 했고, 2013년 2월 박근혜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도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날 ICBM 발사를 두고 외교가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내 추진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사망선고가 내려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 출신인 유성옥 진단과대안 연구소장은 “문재인 정부는 있지도 않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선전해주며 사실상 ICBM 도발을 방조했다”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완전히 파산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 도발에 대해 “강력 규탄한다”고 한 것은 2017년 11월 29일 화성-15형 ICBM 발사 이후 4년 4개월 만이다. 북한은 평화 공세로 돌아선 2018년엔 무력 시위를 잠시 멈췄지만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자 그해 5월부터 무력시위를 재개, 지금까지 30여 차례에 걸쳐 각종 탄도미사일과 방사포 50여 발을 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한 번도 북 미사일 대응을 위해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하지 않았고 ‘강력 규탄’이란 표현도 쓰지 않았다.

문제는 북한의 고강도 도발이 여기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위성발사체’를 빙자해 ICBM을 추가 발사하거나 풍계리 등에서 핵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렇게 될 경우 새 정부가 들어서는 시점을 전후로 남북 관계가 상당 기간 ‘강대강’ 대결 구도로 흐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북한의 도발에 대해 선제 타격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한미 동맹을 통한 단호한 대응’을 수차례 표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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