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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하다_vol. 9

차영지 외 | 2022년 10월 01일

가격 8,000원 | 면수 104

슬기로운 번역 생활을 지향하는 사람들 이야기_번역하다_vol. 9호

  • 책소개

    슬기로운 번역 생활을 지향하는 사람들 이야기_번역하다_vol. 9

     

    별별 이유로 매몰차게 등을 돌린 세상에서 아등바등 사는 번역가들의 일상과 생각과 철학을 엿보고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원고를 보니 번역가의 희로애락과 성찰이 잘 어우러져 한 작품나오겠다 생각했다. 번역가는 보편적인 작가가 느끼는 것과는 사뭇 다른 희열과 좌절을 느낀다. 원작이라는 경계와 틀을 벗어날 수 없는 탓에 100퍼센트 창작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하지만 경계는 늘 애매하고 모호하다. 이때 경계선을 조율하는 주체는 오직 번역가뿐이다. 은연중에 선을 넘는 경우도 더러 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독자가 (원문을 모르는 터라) 되레 이를 반기는 기막힌 상황도 연출된다. 그러면 속으로는 조바심이 나겠지만 겉으로는 멋쩍은 미소를 날릴 것이다. 그 외의 생생한 경험담도 기대해 봄직하다.

     

  • 저자 및 옮긴이

    빗방울

    차영지

    신시아

    기라성

    분더비니

    전현우

    뮤즐리

    캡선생

    바다해

  • 목차

    Cover Story

     

    거꾸로 가는 번역에서 얻은 것 /빗방울

     

    Life & Work

     

    해내는 방법 /차영지

    너무 먼 곳에 있는 말들 /신시아

    번역가&통역가,’ 인간을 인간답게 살게 하는 존재 기라성

    뮤지컬에서 번역이 중요한 이유 /분더비니

    번역의 힘! /전현우

    번역 일을 구하는 신박한 방법 /뮤즐리

    영어 네이밍에서 문법은 얼마나 중요할까? /캡선생

    갑과 을의 불편한 진실 /유지훈

     

    시의 한 수

     

    나룻배와 행인

    한용운 | 바다해 옮김

    서시

    윤동주 | 바다해 옮김

     

    번역가의 서재

     

    김혜림의 중국어 통역번역사전

    김혜림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여백을 번역하라

    조영학 지음 | 메디치미디어

     

  • 본문중에서

    거꾸로 가는 번역에서 얻은 것

    빗방울(번역가)

     

    10여 년 전, 문득 내가 하는 일을 거꾸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를 한국어로 옮기는 게 아니라 한국어를 영어로 옮겨보고 싶었다. 배울 곳을 찾다가 한국문학번역원이라는 곳을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2년 동안 한국 문학작품을 영어로 번역하는 실습을 했다.

     

    한국인이면서 외국어에 능통한 사람들과 외국인이면서 한국어에 능통한 사람들이 모여 언어로 반을 구분한 다음, 한국 문학을 각자의 언어로 번역했다. 내가 속한 영어반에서도 매 학기 한국 소설 한 권을 선정해서 과제로 주어진 분량을 각자 영문으로 번역했고,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차례로 자신의 번역문을 화이트보드에 띄워놓고 발표했다. 교수님을 포함한 수강생들이 발표자의 번역문을 놓고 토론하거나 평가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그 수업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학생들이 원문의 텍스트를 얼마나 다르게 읽고 느끼고 번역하는가였다. 지극히 단순한 문장조차 번역은 거의 다 달랐다. 똑같은 번역이 나오면 오히려 반가울 정도였다. 예를 들면, 한국 소설의 원문에서 정적.’이라는 한 단어로 이루어진 문장을 학생들은 이렇게 번역했다.

     

    ‘Silence.’

    ‘Absolute silence.’

    ‘It was very quiet.’

    ‘Everybody was quiet.’

    ‘Everything went quiet.

     

    소설의 흐름 속에서 정적이라는 말을 어떻게 읽고 느꼈는지에 따라 저마다 다른 번역을 내놓았다. 불완전한 문장은 불완전한 문장으로 옮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생도 있었고, ‘정적이라는 말이 주는 절대 고요의 의미를 담기 위해 앞에 수식어를 붙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생도 있었다. 소설 전체의 흐름상 완전한 문장으로 번역하는 게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고, ‘조용한것을 사람으로 보는지, 아니면 주변 환경으로 보는지에 따라서도 번역이 갈렸다. 수업시간에 모두가 합의하는 가장 좋은 번역이라는 게 있을 때도 많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많았다.

     

    학생들 모두가 두 언어에 능통했지만, 두 언어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이 서 있는지에 따라 번역이 달라졌다. 그 외에도 번역자가 작품을 감성적으로 이해하는지 정보 중심으로 이해하는지, 또 번역자가 원문을 얼마나 신성한 것으로 여기는지, 번역의 영역을 어디까지로 보는지, 심지어 번역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따라서도 번역이 갈렸다. 이미 오랜 기간 번역 일을 했던 나였지만 처음으로 번역의 의미와 본질에 대해 깊이 생각했던 시간이었다.

     

    그 무렵 <위대한 개츠비>가 김영하 작가의 번역으로 출간되었는데, 그의 번역이 찬사와 공격을 동시에 받는 바람에 수강생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김영하 작가는 책의 후기에서도 밝혔듯이, 서점에 갔다가 <위대한 개츠비>졸라재미없다는 고등학생들의 말을 듣고 이토록 재미있는 작품이 재미있게 읽히지 않는 현실이 안타까워 본인이 직접 번역에 나섰다. 원로 번역가들은 그의 번역이 너무 자유분방하고 자의적이어서 제대로 된 번역이 아니라고 비판했지만 독자들은 그가 새로 번역한 <위대한 개츠비>에 열광했다. <위대한 개츠비>가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이었던가?’라는 후기가 제법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