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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하다_vol. 12

차영지 외 | 2023년 1월 1일

가격 8,000원 | 면수 96

슬기로운 번역 생활을 지향하는 사람들 이야기_번역하다_vol. 12

  • 책소개

    슬기로운 번역 생활을 지향하는 사람들 이야기_번역하다_vol. 12

     

    별별 이유로 매몰차게 등을 돌린 세상에서 아등바등 사는 번역가들의 일상과 생각과 철학을 엿보고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원고를 보니 번역가의 희로애락과 성찰이 잘 어우러져 한 작품나오겠다 생각했다. 번역가는 보편적인 작가가 느끼는 것과는 사뭇 다른 희열과 좌절을 느낀다. 원작이라는 경계와 틀을 벗어날 수 없는 탓에 100퍼센트 창작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하지만 경계는 늘 애매하고 모호하다. 이때 경계선을 조율하는 주체는 오직 번역가뿐이다. 은연중에 선을 넘는 경우도 더러 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독자가 (원문을 모르는 터라) 되레 이를 반기는 기막힌 상황도 연출된다. 그러면 속으로는 조바심이 나겠지만 겉으로는 멋쩍은 미소를 날릴 것이다. 그 외의 생생한 경험담도 기대해 봄직하다.

  • 저자 및 옮긴이

    차영지

    코디정

    김재연

    차시현

    이은진

    손민정

    크리스

    김진환

    황지철

  • 목차

    cover story

     

    샘플 테스트 차시현

     

    life & work

     

    책 만드는 번역가 차영지

    디톡스의 시간 이은진

    번역이 어려운 이유 황지철

    인공지능 번역회사 면접을 보다 손민정

    번역가가 당당하게 번역기를 김진환

    4년차 번역사의 두런두런 김재연

    혼자서도 영어 단어가 쉬워지는 3가지 방법 크리스

    우리말 공부 유지훈

     

    시의 한 수

     

    탈무드_피르케이 아보트 514절 여후다 하나시

     

    번역논단

     

    쾌씸한 철학번역 3 코디정

     

    번역가의 서재

     

    번역에 살고 죽고 권남희

  • 본문중에서

    디톡스의 시간

    이은진

     

    지난주에 하루 종일 마음이 어수선했다.

     

    도전과 성장만을 바라보는 데 익숙했던 내가 이렇게까지 심란해지는 걸 보니. 달리는 것을 잠시 멈추고 문득 나와의 대화를 진지하게 해 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소진되는 느낌이 들 때마다 스위치를 전부 끄고 혼자 사색하는 시간을 일부러 늘리곤 한다.

     

    번아웃이 오는 것을 언제 확실히 느끼냐면 바로 피곤하단 말이 입에 붙어버리거나 하고 싶은 일이 점점 없어지거나 불타오르던 의욕이 싸늘하게 식어버릴 때이다. 이것을 해서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지라는 생각이 반복될 때, 무엇인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힘없이 떠밀리듯,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다. 체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엉망징창이 된 것처럼 어수선하고 복잡하게 엉켜있는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못지않게 필요하다.

     

    일부러 하던 일들의 속도를 줄이고 내가 어디쯤에 와있는지 확인해보았다. 몰려오는 일들 사이에서 허우적대는 불안한 내가 보였다. 마치 망망대해에서 가라앉지 않기 위해 열심히 발버둥을 치고 있으면서, 곧 부서질지도 모르는 나무판자에 의지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To do list 가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는데 닥친 일들을 얼른 쳐내는 데 급급했다. 이들 중 과연 내가 원하는 "Want" to do list 인지 아님 해야 하는 "Have" to do list 인지 구분해보았다. 둘 중 원하는 일보다 해야 하는 일들이 점점 무거워질 때, 결국 중심을 잃고 균형이 깨지고 혼란스러워지기 때문이다. 해야 하는 역할들이 많아질수록 나는 할 수 있다가 과연 할 수 있을까의 물음표로 변하게 된다.

     

    요즘의 문제는 원하는 건지 해야 하는 건지 구분조차 안될 만큼 마음속이 어수선하다는 것이었다. 계획을 세우기가 힘든 시기를 지나는 중이기 때문이다. 예측불가 변화가 빠른 시대엔 무계획이 계획이려니라고 생각해야 하지만 가끔은 멀미가 날 것 같기도 하다. 엄마로서의 역할과 회사원으로서의 역할, 그리고 오롯이 나 자신으로서의 역할 사이에서 분주하게 다니다가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되는 것 같은 혼란이 온다.

     

    디톡스의 시간 - 아무것도 하지 않기

     

    번아웃이 오는 이유는 자극이 많아서이기도 하다. 끊임없이 울리는 알람. 전화, 이메일에서 플러그를 전부 뽑아버리고 몇 시간만이라도 디톡스를 해본다. 이 때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냥 빈둥거려도 좋고, 나의 경우엔 멍 때리면서 산책하기를 했는데, 모든 자극에서 벗어나서 철저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디지털 디톡스를 한다. 무기력하니까 더욱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다 보면 오히려 아이러니하게도 뭔가를 하고 싶단 욕구가 슬금슬금 올라오기 마련이다. 그때까지 열심히 (?) 아무것도 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휴식시간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