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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

번역하다_vol. 13

차영지 외 | 2023년 2월 1일

가격 8,000원 | 면수 96

슬기로운 번역 생활을 지향하는 사람들 이야기_번역하다_창간 1주년

  • 책소개

    별별 이유로 매몰차게 등을 돌린 세상에서 아등바등 사는 번역가들의 일상과 생각과 철학을 엿보고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원고를 보니 번역가의 희로애락과 성찰이 잘 어우러져 한 작품나오겠다 생각했다. 번역가는 보편적인 작가가 느끼는 것과는 사뭇 다른 희열과 좌절을 느낀다. 원작이라는 경계와 틀을 벗어날 수 없는 탓에 100퍼센트 창작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하지만 경계는 늘 애매하고 모호하다. 이때 경계선을 조율하는 주체는 오직 번역가뿐이다. 은연중에 선을 넘는 경우도 더러 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독자가 (원문을 모르는 터라) 되레 이를 반기는 기막힌 상황도 연출된다. 그러면 속으로는 조바심이 나겠지만 겉으로는 멋쩍은 미소를 날릴 것이다. 그 외의 생생한 경험담도 기대해 봄직하다.

  • 저자 및 옮긴이

    이 향

    차영지

    코디정

    신민정

    이신형

    강한결

    Inside Den

    김성식

    황지철

    크리스

  • 목차

    Special Contributor

    외국어를 뭐하러 배우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이향(한국외대 프랑스학과 교수)

     

    Cover Story

    내가 연구과정생이 될 상인가

    신민정

     

    Life & Work

    번역과 서문에 대하여

    이신형

     

    언어에 대한 급진적 단상

    사유, 신조어, 번역, 차이, 비트겐슈타인

    강한결

     

    영화관에서 한국어 번역이 불편한 이유

    Inside Den

     

    통역과 번역에 관한 짧은 생각

    김성식

     

    최소한의 예의

    차영지

     

    영어 공부를 하면 ''에 유익하다

    세상에 대한 이해 능력과 객관적 판단 능력의 발달

    황지철

     

    내향적인 사람이 성공하는 3가지 영어 공부 방법

    크리스

     

    시의 한 수

     

    Talmud

    Pirkei Avot 5:16 | Yehuda HaNasi

     

    번역논단

     

    괘씸한 철학번역 4

    코디정

     

     

  • 본문중에서

    번역에 대하여

     

    이신형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의 현대 문학은 거의 손대지 않기 때문에(물론 몇몇 선호하는 작가가 있지만, 박완서 님을 제외하고는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이기에) 번역된 책들을 읽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신작 소식을 들어도, 책을 어느 출판사에서 누군가가 번역해서 출간해줄 때까지 기다리면서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을 겪는 건 아주 흔한 일이다. 그나마 유명 작가들의 경우, 출간되는 동시에 번역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편이라 조금 나은 편이지만, 아직 유명작가가 아니거나, 작가가 유명하더라도 작품 자체가 마이너한 경우에는 번역이 되기까지 한참이 걸리거나 번역되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으니, 사실 이쯤되면 당연히 다른 언어를 배울 생각을 하게 된다.

     

    답답한 마음에, 원서로 읽을 수 있다면 더 좋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새로운 언어를 시작해 독서가 무난할 정도의 경지까지 올라간다는 건, 그렇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영어는 좋든 싫든 어릴 적부터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종종 알랭 드 보통이나 줄리언 반스같은 영어권의 작가들의 영서는 느리게 나마 읽곤 하지만, 다른 언어의 원서는 몇 번 시도해봤어도 내 실력으로는 읽는다라는 수준의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그래봐야 영어를 빼고 시도해 본건 일본어 정도밖에 없지만요)

     

    그래서 번역이라는 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건 단순히 하나의 언어를 완전히 다른 언어로 글자를 바꾸는 걸 말하는 것이 아니다. 느낌을 잃어버리지 않은 채로 하나의 언어에서 완전히 다른 언어로 갈아탄다는 의미로, 비유하자면 예술적 느낌을 유지한 채, 고흐를 드뷔시로 바꾸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물론 이렇게 장르를 바꾸는 정도로 거창하게 이야기하면 조금 민망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어로의 번역은 특히 어렵지 않을까. 예를 들면, 독일어를 영어로, 혹은 스페인어를 프랑스어로 번역하는 일은,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 라틴어를 근간으로 하고 있으니 어순이라던가, 단어라든가 하는 부분에서 난이도가 비교적 낮은 반면, 영어나 독일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일은 정말로 언어적인 공통점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이니, 난이도 역시 높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시 돌아와서, 언젠가 진지하게 번역을 배워보는 것도 생각했던 적이 있지만, ‘해석정도라면 모를까 번역을 하기엔, 내 언어적인 센스와 역량이 너무 부족한 것 같다고 생각해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다른 언어 공부를 하게 되었다.(아무리 센스가 없어도 교양 수준은 해야 하는 거니까요) 게다가 어차피 업무에서도, 그리고 일상생활에서도 다양한 언어를 알고 있다는 건 꽤나 큰 장점이기도 하고.

     

    반대로 생각해보면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하는 것도 역시 대단하다고 할까. 얼마 전, 맨부커상을 수상한 '채식주의자'의 경우, 번역이라는 건, 언어적인 스킬보다도 글에 공감하는 능력이 더 큰 것 같기도 하다. 번역자가 공감하지 못해서야, 번역된 글이 원문의 느낌을 독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게다가 한국어에는 이래저래 영어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으니까, 그런 부분들을 장황하지 않게, 가독성 좋은 문장으로 바꾸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일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이러니 저러니 어렵다고 말하고 있으면서도, 역시 번역은 한 번 쯤 도전해보고 싶달까. 좋아하는 작가의 책의 출간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원서로 읽으며 내가 생각하고 이해한 문장으로 하나씩 바꿔 나간다는 건, 독후감을 쓰는 것보다도 더 느낌을 잘 기록해둘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언제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